- 위험한 착각:인강 시청이나 형광펜 칠하기처럼 편안한 공부는 '인출 인지 강도'만 일시적으로 높여 다 안다는 착각을 주지만 실제로는 쉽게 증발함.
- 바람직한 어려움:로버트 비요크 교수의 이론에 따라 의도적으로 학습 과정을 불편하고 어렵게 만들 때 지식의 영구 저장 능력인 '저장 강도'가 극대화됨.
- 실천 행동 가이드: 정제된 요약집에 의존하기보다 거친 기출 지문 원문을 직접 분석하고, 해설을 보기 전 스스로 정답의 근거를 도출하는 뇌의 고통을 즐겨야 실전에서 통함.
[7편] 공부할 때 기분이 좋다면 의심하라: 왜 편안한 공부는 배신하는가?
독서실에서 느끼는 '공부했다는 만족감'의 위험한 진실
오늘 아침 일찍 독서실에 출석해 일타 강사의 프리패스 인강을 1.2배속으로 편안하게 청취하며 진도를 쭉쭉 뺐습니다. 강사가 칠판에 적어주는 핵심 판서 내용을 기본서 여백에 보기 좋게 받아 적고,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에는 자를 대고 예쁜 색깔의 형광펜을 똑바로 그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고 오늘 하루도 공부를 아주 완벽하게 해낸 것 같은 기분 좋은 만족감과 성취감이 밀려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이러한 루틴으로 수험 생활을 보내고 있다면, 냉정하게 말해 매우 위험한 적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은 수험생들을 향해 치명적인 경고를 날립니다. "공부하는 과정이 너무 유기적으로 잘 흘러가고 기분이 편안하다면, 당신은 지금 실력이 오르는 진짜 공부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많은 장수생들이 빠지는 '열심히 하는 착각'의 본질을 파헤쳐 봅니다.
로버트 비요크 교수의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미국 UCLA 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로버트 비요크(Robert Bjork) 교수는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고 단단한 장기 기억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학습 과정을 어렵고 불편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비요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 능력은 크게 두 가지 역학 관계로 구성됩니다.
저장 강도(Storage Strength)
해당 지식이 뇌 속에 얼마나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려 장기 기억화 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능력 (쉽게 소실되지 않음).인출 인지 강도(Retrieval Strength)
지금 당장 머릿속 표면에 일시적으로 떠돌아다녀 얼마나 쉽게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능력 (쉽게 소실됨).우리가 인강을 보거나 잘 정리된 요약집을 읽을 때 느끼는 편안함은, 지식이 뇌에 온전히 저장되는 성능인 '저장 강도'가 높아진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 눈앞에 텍스트가 보이고 강사가 설명을 해주니 일시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인출 인지 강도'만 극대화된 상태일 뿐입니다. 뇌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인강 모니터를 끄거나 책을 덮는 순간 높은 인출 인지 강도는 단 몇 시간 만에 마법처럼 증발하고 백지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편안한 공부가 수험생을 철저하게 배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짜 장기 기억을 만드는 '뇌가 땀을 흘리는 공부법'
비요크 교수는 인출 인지 강도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뇌를 곤경에 빠뜨릴 때, 역설적으로 '저장 강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진짜 실력을 키우는 공부는 뇌가 비명을 지르며 땀을 흘리는 불편한 공부입니다. 다음과 같은 의도적인 장벽을 수험 공부에 적용해야 합니다.
깔끔한 요약집을 보기 전에 지저분한 기출 지문 원문 분석하기
단권화 교재나 요약집은 타인의 뇌에 의해 1차적으로 가공된 정제된 자료입니다. 이를 먼저 보면 뇌는 생각하기를 멈춥니다. 다소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기출문제집의 가공되지 않은 출제 원문을 보며 "이 문장이 왜 틀렸지?"라고 스스로 법리와 논리를 고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해설을 확인하기 전에 정답의 근거를 스스로 논증해 보기
틀린 문제를 마주했을 때 훌륭하게 정리된 일타 강사의 해설 사이트나 해설지를 즉시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합니다. "이 판례에서 대법원이 취소소송이 아닌 무효확인소송을 인정한 핵심 사유가 뭐였더라?" 하고 내 힘으로 정답의 단서를 10초, 20초간 끈질기게 추론할 때 뇌의 시냅스는 비로소 강하게 결합합니다.과정이 삐걱거리고 막막하여 진도가 더디게 나갈수록, 우리의 영리한 뇌는 이 고통스러운 정보를 '생존과 직결된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로 필터링하여 대뇌피질 깊숙한 곳에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각인을 남깁니다.
고통은 실력이 자라는 소리다
9급 공무원 전공과목인 행정법과 행정학은 생소한 용어의 범람과 방대한 양 때문에 조금만 집중해서 기출을 분석해도 금방 머리가 아프고 쥐가 날 것 같습니다. 진도는 안 나가고 스트레스만 쌓이니 내가 공부를 잘못하고 있나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 고통스럽고 막막한 순간이 바로 여러분의 뇌세포가 시냅스를 단단하게 연결하며 영구적인 장기 기억의 집을 짓고 있는 위대한 순간입니다. 편안하게 앉아 스타 강사의 강의를 시청하고 예쁘게 형광펜 칠하기를 반복하는 가짜 공부의 달콤함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평소에 뇌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어렵게 훈련해야, 비로소 실제 시험장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정답을 찍어내는 최고의 희열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핵심 요약